마당에 피어난 봄

by 이혜연
마당에 피어난 봄

모든 것들이 꽉꽉 채워진 도심에 아무것도 없는 공터가 주는 위안은 굉장히 크다. 거기에선 하늘도 바람도 잠시 쉴 수 있고 덕분에 답답한 마음 한 자락도 그늘아래 놓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당 한편의 공터는 남기고 작게 화단을 만들었다. 그 작은 화단이 초록으로 꽉 차있어서 엊그제 조그마한 장미를 들였다. 봉긋한 봉우리가 곧 터질 것 같아 오며 가며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오늘, 꽉 차오른 봄볕에 활짝 피어난 웃음을 보여주었다. 계단 끝에서부터 붉은 주홍빛 향기가 눈으로, 코로 흘러들어오는 느낌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면 여러 가지 행사가 연달아 있는데 대부분 5월에 몰려있다. 다음 주는 학부모 상담기간이고 이번 주는 방과 후 공개수업이다. 둘째는 1학년때부터 로봇파워를 수강하고 있는데 블록으로 조립해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수업이다. 관련된 영상과 이론을 먼저 수업한 후 각자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로봇을 창작하는데 손끝이 야무지지 못한 둘째는 유독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생각도 많고 꼼꼼하지 않아 마음처럼 조립이 되지 않자 부쩍 인상을 쓰는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완성된 작품을 들고 베틀을 하는 친구들을 보자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와 있으니 더 잘하고 싶고 멋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자꾸 무너지는 블록을 보며 얼마나 속상했을지 짐작은 가지만 10분 넘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짠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선생님이 괜찮다고 해도 계속 우는 아이를 안고 괜찮다고 달래주는데도 쉽게 그치지 못하고 억울해하는 모습에 여러 감정이 섞여 착잡했다.


꽃 한 송이 피는 것도 긴 겨울의 추위와 변덕스러운 바람의 시련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아이의 실수나 실패가 안쓰럽고 걱정이 된다. 웃음이 많은 만큼 다른 감정들도 풍부해서 두려움도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다 안되면 짜증과 화를 내는 것도 쉽다. 화도 적고 감정표현도 더딘 첫째와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하지만 엄마로서는 애교 많고 웃음 많은 둘째가 어떤 모습이던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항이다. 그러니 겨울처럼 단단히 기다리고 봄처럼 화사하게 애정을 주며 키워야겠지. 그래야 여린 싹이 더 푸르러지고 때가 되면 자신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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