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비단에 흔들리듯

by 이혜연

푸르게 진해진 나뭇잎 사이로 봄 끝의 바람이 흘러간다. 바람 끝은 아직 선선해서 은빛 비단이 스치듯 유월 첫째 날이 지나가고 있다.


여름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햇살 끝이 달궈져 정수리가 뜨거워져도 그늘로 숨어들면 시원한 공기가 열기를 식혀주었으면 좋겠다. 부드럽게 흐르는 6월의 바람결에 땀에 절은 머리카락을 말리고 뜨거워진 햇살 가득한 베란다엔 이불을 걸어두고 서늘한 새벽을 대비하고 싶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계절과 바람 사이에 작은 의자를 두고 그늘에 앉아 남은 날들을 계획하며 오늘 하루를 여유롭게 재단해두고 싶다. 짓고 싶은 꿈 모양대로 조금씩 여유분을 두고 재단해 둔 소망의 모양대로 내일은 꼼꼼히 바느질을 해두어야지.


그렇게 따스한 꿈을 완성해 겨울이 오면 그 속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싶다. 은빛 비단 같은 바람이 가득 불어오는 유월 첫째 날에 다가올 겨울을 준비해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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