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드림

by 이혜연

집안에 걸어두면 복이 들어온다는 달항아리와 부엉이.

30년의 인연을 이어오는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이번에 전라북도 미술대전 종합부문 대상을 차지하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올려와 오래간만에 긴 통화를 했습니다. 힘든 이십 대에 단비 같은 사람이었기에 수상소식을 들으니 더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결국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들을 사골우리듯 우려먹는 걸로 대화가 흘렀습니다 30대 노처녀와 미대를 가고 싶어 했던 사회 초년생이 저녁마다 앉아서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수다를 더 많이 떨던 흔들리던 밤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우리의 모난 부분을 조금씩 동그랗게 만들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때의 우리는 참 별 볼 일 없이 젊기만 한 애송이였는데 카톡 프로필 사진엔 어느새 중년의 아줌마 둘이 꽃처럼 웃고 있는 날이 왔습니다.


58, 내일모레면 환갑이라는 선생님 말에 언제 그렇게 혼자 나이 먹었냐며 '나는 아직 스물여섯'이라고 우겨댔더니 이제 가는 건 아무나 먼저 가도 이상할 나이 아니라는 무서운 농담으로 맞받아쳐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수채화만 30년을 그리면서 그림은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라는 평소 성격대로 차분히 한 걸음씩 걸으시더니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그랬나 봅니다. 얼마 전 이사했다며 현관 앞에 달 항아리를 두셨다는 말에 동그스름한 그의 얼굴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어느새 한해의 정점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젊은 시절만큼 전력질주 할 열정과 체력도 남아있지 않지만 긴 겨울밤의 군불처럼 느긋하고 끈질기게 온기를 유지하며 삶을 데워갈 수 있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남은 하반기, 모두 각자의 보폭으로 꾸준히 행군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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