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간에 지하철 9호선 급행을 타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사람이 들어설 수 있는 최대치의 밀도로 여유 없이 가는 그곳에서 자리에 앉아서 간다는 편안함과 안도감, 그리고 선택받았다는 느낌이 하루를 얼마나 설레게 하는 기쁨이 되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한 달에 한두 번, 혹은 행운의 여신의 배려로 대여섯 번이 전부입니다.
어제 첫째가 감기에 걸린 탓에 고열이 나서 새벽에 여러 번 깨어 물도 떠다 주고 약도 먹이다 보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오늘도 빡빡한 열차에 올랐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좌석 앞에 잠시 서있을 때 내 앞에 앉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분이 홀연히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 주었습니다. 여러 정황상 그분은 분명 저의 몸 상태를 오해해서 그 귀한 자리를 내어주셨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