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전하는 말

by 이혜연
꽃이 전하는 말

늦은 첫사랑에 가슴 아팠던 어느 날, 하염없이 걷던 퇴근길에서 마주쳤던 천사의 나팔꽃은 땅으로 고개를 숙인 채 고운 위로를 건네주었다. 서툰 사랑에 아파해도 괜찮다고, 그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마음과 같지 않아도 언젠가 다른 이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듯했었다. 하늘을 향한 울부짖음이 아니라 고개 숙여 울고 있는 자들을 향한 고요한 노래가 바람이 불 때마다 종처럼 흔들리다가 노래가 되어 흩어졌다.


때로 자연은 사람이 줄 수없는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때가 있다. 내게 있어 꽃이 그렇다. 어떤 공간에 있든, 들에 피었든, 작은 화분에 기대어 살고 있든 그것도 아니라면 꺾여 화병에 꽂혀 있더라도 해사한 위로가 되어준다. 이렇게 꽃을 좋아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곁에 있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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