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색 향기

by 이혜연
풀색 향기

여름의 열기가 밤과 낮을 지배하고 끈적한 덫에 갇힌듯한 요즘, 어렸을 때 마루에서 맡았던 마른풀 냄새가 그리워집니다. 아이적 논밭이 없는 우리 집엔 송아지를 사서 커다란 황소로 키우는 것이 목돈 마련의 길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루에도 몇 번씩 농사일 틈틈이 꼴을 베가 지고 와야 하는데 그 풀들을 마당에서 말리면 집안 가득 청량한 풀향이 가득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서 맞는 폭염의 날들 중엔 그런 시원하고 포근한 풀향을 기대할 수 없겠지요. 그런데 오늘 환자 한분이 고맙다면서 선물로 풀향 같은 향수를 건네주고 가셨습니다. 집에서부터 준비해 온 듯 정성스러운 포장에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는 선물이었습니다. 근무가 며칠 안 남았는데 이렇게 정 많은 분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이별은 곧 다가올 테고 돌아서는 발길은 더 힘들어질 것도 같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무 그늘에 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