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내릴 수 없는 여름을 지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선을 넘는 열기가 가득한 날들이 이어지더니 어제오늘 잇따라 호우경보음이 쉴 새 없이 울려댄다. 그야말로 쏟아붓듯 이어지는 물줄기들은 변명 따위 듣지 않겠다는 듯 모든 것들을 수면 아래로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지난날들의 여유가 무색해지는 요즘은 선을 지키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다 보면 누군가 학교처럼 규칙을 정해주거나 이 시간부터는 공부해야 하고 그다음 조금 쉬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지금 쉬는 것이 맞는 건지, 계속 달려야 하는 건 아닌지,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수치로, 눈으로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가야 할 길과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세워둔 깃발을 중심으로 걷다가 힘들어 멈출 때라도 망망대해 한가운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절망감에 빠지지도 않고 묵묵하고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여름에 비로 고생할 수 있는 것도, 햇살에 타 죽을 듯 헉헉대다가도 내일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처럼 오늘 아플 수 있어도 내일은 맘껏 웃을 수 있는 것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아무런 저항 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