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데이트

by 이혜연
뜨거운 데이트

그야말로 경쟁하며 기록을 경신하려는 듯 연일 더위를 뽐내는 날씨덕에 숨을 쉬기도 벅찰 지경입니다. 첨벙 뛰어드는 물속마저도 온천수처럼 뜨거울까 봐 두려운 날들이기도 하고요.


아침 일찍 태권도장에서 가는 물놀이장으로 두 아이가 떠나고, 토요일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병원으로 출근했습니다. 혼자서 근무하는 곳이기에 목이 아픈 신랑을 데리고 가서 열심히 치료를 해주고 아이를 낳은 후 거의 갖지 못했던 둘만의 데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신혼 초에 왔었던 미사리 초계국수 본점에서 맛있는 국수와 만두도 먹고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위해 몇 주 전부터 검색해 두었던 멋진 카페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이 없어서 가능한 노키즈 카페는 통창으로 보이는 숲이 멋진 곳이었습니다. 소리 내어 말하는 사람도 없고 커다란 창 가득 초록의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다니는 새들만이 지금 이곳이 현실임을 자각하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신랑은 얼그레이, 저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1,2,3동을 돌아가며 조금씩 다른 풍경과 색다른 침묵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둘만의 아지트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커피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신랑은 소란스럽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며 아이들이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 빼고는 모두 만족한다며 다음을 약속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10년은 언제나 감사함과 행복이 넘쳤지만 부부가 아닌 남자와 여자로 채운 모처럼의 시간도 색다른 충만감을 주었습니다. 오래되고 편한, 그리고 소중한 연인이 되어 함께 한 여름의 뜨거운 데이트가 하루를 꽉 채우며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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