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밖에 안 되는 땅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생명들이 근원을 두고 살아간다.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살아내기 위해 해를 향하고, 더울 땐 그늘을 만들어 숨어들며, 번식을 위해 다른 생물들을 이용하고 더 많은 자손들을 퍼트리기 위해 고심하고 진화한다. 이름 모를 풀이라며 싸그리 잡아 취급되지만 하나하나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이름을 잇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오늘, 이 뜨거운 햇살을 이겨내지 못하면 내일은 좁은 땅 어디에도 그들의 자손을 남길 수가 없다. 오늘은 어제와 내일을 그대로 품고 있어 더욱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 계획한 것들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밖에 없다. 그러니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들에게서 배운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함께 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둘째를 위해 오전엔 집에서 쉬며 영화를 보고, 오후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통 창 너머로 푸르게 빛나는 수많은 은행잎들이 여름을 버텨내고 있었다. 책을 읽다 가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담으면 피곤했던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렇게 오후 내내 서로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보내다 저녁때쯤은 체스를 하러 갔다. 꾸준히 하다 보니 재미가 붙었는지 두 아이 모두 바둑과 체스를 함께 하는 걸 꽤 즐거워한다. 덕분에 핸드폰 게임을 조금 늦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같다.
다음 학기를 위한 예비 시간으로 학원을 다니며 방학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더 많은 경험과 자신만의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아침에 하루치 공부하는 습관이 자리 잡아서 교과공부도 매일하고 있고, 독후감 쓰기와 일기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고 있으니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엔 더 멀리, 더 다양한 것들로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을 채워나가고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계획하고 가꾸어갈 수 있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