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날들

by 이혜연

한 여름의 마지막 연휴가 시작하는 날.


새벽같이 일어나 차에서 먹을 과일과 먹을 것들을 챙기고 어젯밤에 싸두었던 3박 4일간 필요한 짐들을 차에 싣고 남쪽, 고향으로 떠났다.


작은 땅덩이 곳곳에 폭우가 내린 후라서 그런지 내려갈수록 커다란 하늘에 하얗고 폭신한 구름이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창을 열면 아직 식지 않은 후끈한 열기에 지레 겁먹고 에어컨을 틀지만 눈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깨끗해서 가을 속을 달려가는 기분도 들었다.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고향집은 올여름 살인적으로 쏟아지던 비 속에서도 무사히 제모습을 유지한 채 떠나온 그때 그 모습으로 서 있었다. 지난번에 정글이 되었던 마당에 비닐을 깔아둔덕에 여름인데도 풀들이 많이 나 있진 않았다. 더 감사한 건 몇 달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우리를 위해 옆집에서 상추를 심어주셔서 저녁엔 맛있는 야채로 한 상 차릴 수 있었다. 상추옆엔 봉숭아와 과꽃까지 심어두시고 일 년에 두어 번 오는 고향집에 여전히 어릴 적 그때 같은 향기를 머금게 해 주셨다.


이제 고향집은 머물렀던 때보다 떠나온 시간이 훨씬 길어졌지만 담장너머 오래된 인연들 덕분에 여전히 아늑한 곳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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