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기억

by 이혜연

시골의 새벽은 벌써 한 계절을 앞서 걷는 듯합니다. 서늘한 기운 탓에 오래간만에 추위를 느끼며 얇은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고 와 새벽잠을 즐겼습니다. 아이들도 추웠는지 어미닭의 품을 찾는 병아리들처럼 겨드랑이 밑을 파고들며 새벽바람을 건너왔습니다.


그렇게 산뜻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지리산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신랑이 어렸을 때 자주 놀던 계곡을 이제 아이들과 함께 해마다 그곳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신랑은 그곳이 얼마나 재밌고 신나는 곳이었는지 매년 방문할 때마다 처음 얘기하는 것처럼 신나게 떠들었습니다. 사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행복했던 시간들이 여전히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이제 그때처럼 커다란 바위 위에서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이곳저곳 수영을 하며 계곡을 탐험하진 못하지만 우리의 어린 날 같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반짝이는 걸 보면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여름 기억으로 남을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행복의 서사가 아빠에게서 아이들에게로 세대를 거쳐 퍼져나가는 뜨거운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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