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여름은 시원한 나무그늘을 찾아다니는 유랑객으로서의 낭만이 있는 시기였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을 찾아가기도 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별무리를 눈으로 좇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절이었다. 하지만 요즘 날씨는 정말 피할 수 있다면 어디라도 가서 피하고 싶은 덥고, 습하며 늪처럼 우울의 끝으로 발을 잡아끄는 그런 날들이 되고 있다.
다행히 오전에 잠깐 일을 하고 오면 기분도 좋아지고, 보람도 있어서 무덥고 꿉꿉한 이 시기를 잘 견뎌내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무더위는 여전히 무섭기만 하다.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는데도 아직도 식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태양을 보자면 솔직히 두렵다. 피할 수 있다면 이글거리는 저 태양을 피하고 싶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