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무게로

by 이혜연
저마다의 무게로

국민학교 때는 스무 살만 넘으면 넓은 바다의 항해사처럼 스스로의 삶을 진두지휘하며 모험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스물이라는 나이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애송이에게 널빤지 하나 주며 대양을 항해해 보라고 등 떠미는 나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가진 것 없이 폭풍도 만나고, 큰 파도에 그나마 있던 널빤지도 박살이 나다 보면 어디 자그마한 섬이라도 발만 디디며 살 수 있게 되길 기도하게 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아득바득 모으고 저축해서 겨우 밤이슬을 피할 거처를 마련하게 되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은 욕심으로 또 한 번 출렁이는 일상을 살게 된다. 그렇게 작은 오름에 오르게 되면 세상을 조금 읽을 줄 알게 될 줄 알았지만 세월이 늘어나는 만큼 고집의 무게도 증가하면서 자기를 굽히며 바람을 피하고 실수한 일에 대해 고개 숙이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산다는 것은 오르는 것이 아닌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스스로의 품을 넓혀야 안으로 들일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아집과 편견은 켜켜이 묵은 각질처럼 바스락거리며 하얗게 떨어져 주변을 더럽힐 뿐 제거되지 않는 흉터처럼 살갗에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무게로 오늘을 힘겹게 넘기며 사는 하루살이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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