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앞에 서면

by 이혜연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에 지금보다 몸의 평면적을 늘리면 수명단축이 될까 봐 새벽루틴으로 공복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5시 30분쯤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다가 느리게 공원 두 개를 8 자 형태로 뛰다 보면 어느새 보랏빛 새벽에 서서히 노랑과 빨강, 투명한 파랑이 스며들며 날이 밝아집니다.


중년의 가을은 불면증과 갑자기 치솟는 화와 감정변화로 힘들 때가 있는데 러닝을 하면서 갱년기증상이 줄어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뱃살도 많이 줄어들고 혈색도 좋아지면서 10년은 어리게 보인다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 아니 그 이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더운 낮보다 더 진한 가을을 맛볼 수 있는 새벽 속을 달리다 보면 계절보다 앞서 시간을 달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 시간에 만나는 고요와 차가운 정체, 그리고 잊혀질 이야기들에게 먼저 이별의 인사를 고할 수 있어 더 소중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지나가버린 시간들 속에 허우적대다 울퉁불퉁한 밤의 길을 헤매며 잠을 못 이루고 계시다면 한 번쯤 여명이 물드는 새벽길을 달려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다 만나게 되는 옛이야기들에 웃으며 작별인사를 건네는 것도 좋은 하루를 여는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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