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지는 시간

by 이혜연


읽어지는 시간

계절을 뒹구는 낙엽들을 보는 것만으로 푸르렀던 여름과 빛나던 봄들의 시간이 읽히는 날들입니다. 차가워진 바람 끝에 두 손으로 움켜쥔 차 한잔에도 그리운 마음이 읽혀 괜스레 높아진 하늘 끝을 보며 왠지 모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삼켜보기도 합니다.


지나쳐가는 모든 뒷모습에서 지난 시간의 수고로움과 다시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들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남이 끝나고 홀로 돌아오는 길, 골목 끝에서부터 잠식해 오는 어둠을 피해 서둘러 문을 열고 따스한 불빛 속으로 몸을 숨겨보기도 합니다.


초록이 물들어 단풍이 들듯 보이는 모든 것들의 서사가 읽히는 시간,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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