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가을

by 이혜연


어쩌자고 가을

평소라면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지만 일요일 아침 6시 30분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로 부스럭대며 일어나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꿰찬 채 집을 나선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밤새 떨어진 낙엽들이 이불처럼 포근히 공원을 덮여 있고, 말갛게 떠오르는 첫 해의 빛이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늘이 어제보다 한 뼘 더 높이 올라서있고 파랑은 더욱 파랗게, 구름은 더욱 하얗게, 은행은 더욱 노랗게 익어가는 날이었다.


아직 완전히 깨지 않은 가을길을 뒤꿈치를 들고 가볍게 뛰었다. 공원 담벼락을 힘차게 오르던 나팔꽃 무리들도 가을을 타는지 몇몇 줄기들이 바짝 말라 시들어가고 있었고 도심 한 복판 작은 공원에 비해 커다랗고 우람한 나무가 쏟아내는 갈색잎들이 계절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했다.


일요일 새벽, 아직 깨지 않은 도시 한 귀퉁이에서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데도 어떤 결실도 손에 쥔 게 없다는 허탈함에 무심히 하늘을 보면 어쩌자고 가을은 그렇게 깨끗하고 맑게 웃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한 오늘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게 바보 같으면서도 그것으로 나를 증명해 가는 날들이 쌓이고 있어 허투루 삶을 낭비하고 있지 않다는 위안을 느끼기도 하는 그런, 계절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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