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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10. 2022

여행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여행

언젠가 멀리 여행을 갔었다

좁은 좌석에 몸을 끼우

저녁을 지나고

발을 웅크린 채 밤을 새운 후

새벽을  맞이하고

한 낮이 뜨거울 때

낯선 곳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골목들과

이방인이 된 내가

만났었다

신나게 하루가 갔다

별 것 아닌데도 새로웠다

작은 친절에도

신의 보호를 느꼈다



그렇게 걷다 지칠 때

작은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사는 게 참 좋구나."


그러다

내가 떠나온 곳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행복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차피 인생이란,

삶이란,

 짧은 소풍 같은 것이란 걸

그때

멀리 떠나가

내가 떠나온 같은 하늘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한참 사는 게 힘들 때 좀 벗어나 보자고, 나도 좀 숨 좀 쉬자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난생처음 유럽여행을 떠났었다. 한참 사스가 유행이라 여행자가 거의 없을 때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 갈 것 같은 마음에 훌쩍 떠났었다. 신나게 영국 거리를 걷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음악을 듣고, 파리 에펠탑을 비 오는 날 걸어 올라가면서도 행복했었다. 떠나오길 잘했다고,

이렇게 하루하루가 즐거울 수가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돌아가면 매 순간을

여행 온 것처럼 살 것이라고.

그리고

다시 이곳에 오겠다고.



그리고 이십 년이 지났다

이젠 아들 둘과 신랑과 함께 가게 될 것 같다

그때의 벅찬 기쁨은 못 느끼겠지만

아이들에게 엄마의 삶이 바뀌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어서 빨리 그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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