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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11. 2022

슬픔

필연일까, 우연일까

Stop

사는 게 슬플 때

계단에서 넘어져 피가 나고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


쓰나미처럼 오고

오고

지치지 않고 다시  오는

불행을 만났을 때


걸어라

그곳에 손가락 빨며

서 있지 말고

문을 열고

걸어라


비극 같은

그 계단을 지나면

비로소

그냥 그것은

하나의 길이였음을

알게 된다




 서른 살에  집안의 빚을 갚고 혼자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친구 월세방에도 얹혀살다가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때 구당 김남수 선생님이 청량리에서 침구학을 가르쳐주셨는데 퇴근 후  그곳으로 침을 배우러 다녔었다. 불안한 미래. 도움 주는 이 하나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래를 꿈꾸는 거였다. 일주일 내내 무료 강의나 수강료가 저렴한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경매도 배우고, 글쓰기도 배웠다. 매일 경제 신문을 스크립 하며 혼자 공부했다. 내가 생각했던 건 많은 서울의 불빛들 중에 나를 쉬게 해 줄 집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월급을 받으면 20만 원을 뺀 나머지 돈은 무조건 저금했다. 외식은커녕 커피도 못 사 먹었었다. 20만 원 중 5만 원 정도는 교육비로 지출했다. 그렇게 2년을 모아 옥수동 반지하 빌라를 샀다.

옥수동 재개발지역에 전 재산을 몰아놓고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시간만 나면 옥수봉에 가서 나는 왜 이리 무모한가, 나는 왜 이렇게 모험을 하는가,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책을 하다 돌아오곤 했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니 천만 원이 올랐다. 두 달이 되니 또 올랐다. 신났었다. 온 세상이 나를 향해 웃는 것 같았다. 세입자에게 케이크도 사다 드렸다. 병원 기숙사가 안락해 보이고 내가 세상 제일 똑똑해 보였다. 그러다 사기를 당했다...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천장이 무너지고 심장이 굳어버리는 날들과 불면과 두려움으로 새우는 밤들을 보냈다. 이렇게 멍청하고 불운한 나를 학대하며 지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보자.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도와줄 사람을 찾아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


 그 후, 좋은 법무사님을 만나서 길을 찾고 다른 좋은 분들도 연결돼서 무사히 일을 마무리했던 적이 있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다. 영화 조커에서는 다르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비  구비 지나오며 내가 느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답다."라는 것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시작된다는 말이

가슴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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