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조금 크면서 부모와 함께 하는 것보다 또래 아이들과의 놀이에 더 무게중심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간은 관성처럼 아이들에게 쏟아져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세계가 넓어지면서 우리의 시간은 갑자기 들판 위에 내던져진 야생마처럼 휑한 공간에서 방향을 못 잡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바람을 내치지 못하고 함께 가기로 한 억새 구경은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생긴 빈 시간을 조금씩 우리만의 시간으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십 넘은 두 중년이 손 꼭 잡고 서점도 가고 좋아하는 액세서리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킨십을 모르던 부산 사나이는 시도 때도 없이 손잡고 뽀뽀하는 전라도 가시나를 만나 이제는 사람들 많은 곳에서도 서로 꼭 붙잡고 걷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물건을 구매하진 않아도 이곳저곳 들어가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마누라를 따라다니는 신랑에게 쇼핑 더 해도 되냐고 물으니 아직은 괜찮다며 웃는데 다크서클은 이미 무릎까지 내려와 있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둘 만의 시간을 쌓아놓는 것이 나중에 무릎이 시려 창밖만 바라보게 되는 날들에 가서는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 우리 나중에 그리워질 일들로 오늘의 시간을 최대한 꺼내 써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