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게 내린 첫눈은 봄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볕에 녹아버렸습니다. 그늘이 짙은 곳에 흉터처럼 변한 잔설이 아니었다면 쏟아지던 눈이 오던 날이 불과 이삼일 전이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들만의 일정이 생기면서 때 이른 육아은퇴를 경험하게 되는 일요일입니다.
늦은 아침 석촌호수에서 조깅을 하고 신랑과 단둘이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호수의 전경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자유시간이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 함께 하고 싶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데 아이들 또한 자신만의 영역을 갖고 싶은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숲 속의 나무들 또한 홀로 견디는 겨울이 지나면 하늘 높이 잔가지들을 더 낼 것이며 더 울창한 잎새들로 숲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년의 부모는 이제 인생 2막의 성장을 준비하며 겨울을 나고, 성장하는 아이들 역시 자신들의 세계를 더 튼튼히 하기 위해 추운 계절을 이겨내는 힘을 기를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모두의 겨울이 새로운 문을 여는 날들로 이어지길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