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앞에서

by 이혜연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12월의 여정에도 듬성듬성 오아시스처럼 따스한 볕이 나는 날들이 있다. 잔뜩 웅크린 어깨가 스르륵 풀리며 가벼이 거니는 고양이의 발걸음 따라 나른한 시선으로 비어 가는 것들을 무감하게 보는 오후. 가려졌던 하늘이 빈 가지에서 시리게 빛나고 짓이겨지고 뭉개졌던 어제의 잎들이 회귀하였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비워졌지만 남겨진 무게는 여전히 무겁게만 느껴지는 날들. 모처럼 따스한 볕에 자리를 두고 나목처럼 앉아 온몸으로 안아주는 햇살에 오늘을 충전시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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