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후 저녁이 되면서 제법 겨울다운 날씨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나면 자연스레 따뜻한 것들이 떠오르고, 그러다 보면 어렸을 적 엄마의 밥상이 떠오릅니다. 70년대 시골 농촌이라고 하면 밥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반찬이 차려지지만 채소만 한가득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처마밑에서 겨울바람에 바싹하게 마른 시래기는 추운 계절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됐었습니다. 시래기 국도 맛있었지만 고등어 넣고 자작자작 매콤하게 지진 고등어찜도 일미였습니다. '밥상에서 뱀 지나간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고기를 보는 건 하늘에 별따기였기에 아주 어렸을 때는 감자탕이라는 걸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얼큰한 국물 사이로 시래기가 보이면 어쩐지 어렸을 적 그 맛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군침이 흐릅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끝난 후 마트에서 등뼈를 사서 어젯밤 불려놓은 시래기와 함께 겨울철 별미로 감자탕을 끓였습니다. 보글보글, 얼큰한 국물과 뜯어먹는 재미가 있는 고기를 차려 놓고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제는 함께 자리할 수 없는 그리운 이름. 그럼에도 생각하는 것만으로 따뜻해지는 당신이 그리운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