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by 이혜연



그냥 했다


계획도, 확신도, 근거도 없다

근데 모르니까 몸부터 움직였다

그냥 그게 다였다


돌이켜보면, 그 그냥이

내 인생에서 많은 걸 바꿨다

머리로 계산했으면 평생 안 했을 일

가끔은 논리보다 충동이 옳다


-작자 미상



요즘은 백세시대를 넘어 백 이십 세대라고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수명이 늘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재테크와 더불어 근테크가 유행한다는 말이 있다. 폐경기를 겪으며 감정적 롤로코스트와 불면증을 겪었었다. 자꾸 몸이 무거워지고 피부도 푸석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결심했다. 틈틈이, 꾸준하게 해 보자는 생각으로 새벽 6시에서 7시 사이에 20분 정도 천천히 러닝을 하고 있다. 만반의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일부터 시작해 보자'라고 마음먹은 다음날부터 오늘까지 거의 빠지지 않고 3달 정도하고 있다. 눈이 오거나 손가락이 얼 정도로 추워도 그냥 했다. 현관문만 열면 이불속에서의 잠깐의 갈등, 양말을 신을 때의 뻐근함 등이 사라지곤 했다. 그렇게 이십 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하루치 성공을 쓰게 됐다.


늘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일을 지켜냈다는 자기 효능감이 주는 만족도도 크다. 당장 몇 달 후의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내기 위한 장기간의 프로젝트는 목표를 세운 후 하루하루 그냥 습관처럼 해나가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는 그림도 세끼 밥을 먹듯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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