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강추위가 계속되는 요즘 베란다에는 앞선 봄이 와 있었다. 아이들 방과 후 수업에 받은 히야신스의 구근에서 아기새의 부리 같은 잎을 내더니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에 활짝 꽃을 피웠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묵묵히 기다린 까닭일까. 방안에 들어서면 봄향기 가득한 느낌이 든다.
새벽운동을 시작한 지 3달쯤 되니 남산만 했던 배가 조그마한 언덕으로 변하고 있다. 다리에 힘이 생기니 많은 활동에서 쉬 피로해지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식구들 저녁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힘들었었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많이 줄었다. 그렇게 매일 하는 운동의 효과를 체험하기 위해 아침 일찍 공원에 갔을 때 밤새 요정들이 왔다가 갔는지 새하얗고 앙증맞은 눈오리들이 군대처럼 사열해 있었다. 베란다에는 봄이 와있고 공원에는 이 겨울을 지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열 지어 서 있는 눈오리를 보게 된 하루였다.
한 공간에 있지만 우리는 각자의 시간에 맞게 꽃을 피우고 자신의 계절을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건 누군가에게는 시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신의 시간을 맞이할 때까지 부지런히 꿈을 가꾸고 싹을 내고 줄기를 뻗어 향기롭게 피어나보자.
우리의 겨울을 지켜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