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인지 새벽에 깨어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먼저 하루의 시작을 열면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시간도 여유롭게 쓸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의 문제는 그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거다. 새벽 3시면 다시 잠들려고 한 시간이 넘게 누워있어도 의식이 너무 또렷해 다시 잠에 들지 못한다는 거다. 추운 겨울 주말 아침. 어김없이 너무 이른 새벽의 시간에 눈을 떴다. 식구들 잠까지 방해할까 봐 조용히 나와 아이들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나갔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라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석촌호수에서 러닝을 하고 있었다. 동호회에서 함께 하는 건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달리기도 하고 젊은 부부가 나란히 달리기도 했다. 두껍게 입은 옷이 무거워 이 정도면 지옥훈련이라도 하는 거 아닌지 의심하고 있을 때 호수를 밝히며 아침해가 떠올랐다. 피곤한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일출이 주는 충만감이 있다. 그렇게 아침 운동을 한 후 식구들을 위해 땅콩빵을 만들어 아침을 먹고 신랑과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결혼 14년 동안 손에 꼽힐 정도로 요리를 안 하던 신랑이 점심으로 스파게티를 해주었다. 역시 남이 해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말은 진리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배부른 돼지가 되어 오래간만에 낮잠을 자니 너무 일찍 시작한 하루의 피로가 사라져 버렸다.
덕분에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을 다시 읽어보는 행복도 누렸다. 모두 짧은 오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들에 쫓기듯 서둘러 길을 잃는 것보다 가끔은 잠깐의 휴식이 주는 회복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