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잠을 자는 게 고통이 아닐까 싶게 새벽에 눈이 떠진다. 새벽에 나가 공복에 느린 달리기를 한 시간가량한다.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식구들 아침을 챙겨주고 나면 아메리카노 한잔을 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일일 일그림 말고도 요즘은 개인전을 위해 물감작업도 하고 있어서 하루가 짧다. 집중하다 보면 밥때가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하루 종일 밥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저녁까지 먹고 아이들 양치 후 치실까지 해주고 나서 잠을 청하는데도 태양보다 먼저 붉어진 눈을 뜨고 억지로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많아졌다.
특별히 불안할 것도 없고 성격이 예민하지도 않으며 걱정을 사서 하는 타입도 아니니 이건 중년에 미친 듯이 날뛴다는 갱년기 호르몬 불균형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답이 없다. 평소에 약을 먹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잠을 조금 못 잔다고 알약을 털어 넣을 일도 아니다. 그저 담담히 고개를 넘듯 헐떡이면서도 이 시간이 지나가면 조금은 쉴 수 있는 구간이 오리라고 혼자 읊조려본다. 괜찮다. 다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