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녀

by 이혜연


간만에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고, 끙끙 앓는 소리 없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나간 아침 운동은 뛰기는 어려워 보여 호수 반바퀴를 살살 걷다 왔습니다. 몸이 조금 회복되니 밀린 빨래가 보이고 지저분한 방이 보이고 식구들 반찬 걱정이 먼저 마음을 차지합니다. 세탁기가 두 번 돌아가는 동안 온 집안을 물걸레로 깨끗이 닦고 뼈 해장국을 끓이고 쓰레기를 정리했더니 어지럽던 머릿속이 정리되듯 함께 하는 공간이 환해졌습니다.


한 해를 준비하는 나무들도 겨울 동안 잔가지를 끊어내서인지 뭉툭한 가지 끝의 속살이 추워 보이기도 합니다. 봄이 오면,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면 잘린 가지 옆으로 더 많은 손길들이 하늘을 향해 길을 내고 싹을 틔워주리라 믿습니다. 요즘처럼 길고, 어둡고, 추운 겨울을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도 봄의 여신이 잘린 나무의 가지에게처럼 새 삶을 내어주시리라 믿게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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