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 듯 올 듯하더니 끝내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라벤더 꽃망울은 하루가 다르게 봉긋해지고 있는데 먼 데서 오는지 문밖은 여전히 쌀쌀한 바람만 어지럽습니다.
프리랜서지만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고급 개발자였던 신랑은 한순간에 얼어붙어버린 IT시장이 낯설고 두려운 느낌인 것 같습니다. 홀로 변해버린 세상에 남겨진 듯 열심히 방향을 잡는 그의 몸짓이 부산스럽습니다. 조금 쉬어도 괜찮다는 위로도, 이제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는 격려도 아직 와닿지 않나 봅니다.
비단 오십이 넘은 우리 세대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고 나면 변해버리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시골에서 갓 상경한 것처럼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 반쯤 넋이 나가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는 바짝 정신을 차리고 다음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날아오를 때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