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by 이혜연


좀처럼 따스해지지 않는 봄과 여전히 서늘한 바람 사이에서 한기를 느끼다 보니 어제, 오늘 감기기운처럼 몸이 무거웠습니다. 새벽에 그림을 그리려고 앉아있는데 집중도 안되고 다시 자려해도 피곤해진 몸이 선잠 속에서 악몽을 꿀뿐 깊은 휴식을 안겨주진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일어나 식구들 아침밥을 준비하고 다시 누웠을 때는 몸이 지하로 스며들듯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결혼하고 거의 십 년 만에 영화관에 신랑과 단둘이 가기로 한 날이다 보니 상영시간 30분 전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화장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롯데타워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해서 커피 한잔과 과자를 들고 손을 잡고 오붓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의 인기를 반영하듯 많은 상영관에 거의 꽉 찬 관객들이 관람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단종의 삶의 무게가 가여우셨던지 옆자리 나이 지긋한 신사분이 자꾸 깊은 한숨을 쉬셔서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열연해 준 배우분들 덕분에 충분히 즐기고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몸을 괴롭히던 감기 기운도 눈물과 함께 흘러가버렸는지 영화관을 나설 때는 허기가 찾아왔습니다. 덕분에 신랑과 점심데이트를 즐기며 일주일치의 피로로 노곤했던 몸이 회복되는 하루였습니다. 가끔 오래된 관계에서 둘만으로 꽉 찬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처음의 풋풋했던 설렘을 느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있다고 그래서 지루하다고, 혹은 매번 똑같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스스로에게 나태해진 나 자신의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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