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낡은 흙을 갈아 업고 논에 새 물을 대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 이맘때쯤엔 온 동네가 그야말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이 일었습니다. 새벽 4시만 되면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해 잰걸음을 치며 복작거리는 소리에 고샅이 시끌시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모두 팔십의 고령인 노인분들만 고향을 지키는 데다 예전처럼 많은 농사를 욕심내지도 않으시니 해가 떠도 마을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벚꽃이 피고 한잎 두잎 눈처럼 꽃비가 오면 새 하늘을 가득 담은 논들에 넘실넘실 물이 넘쳐 아직은 노장들이 건재히 살아계심을 느끼게 되는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