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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27. 2022

인연

우리는 서로의 이유

영광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이유가 된다


봄이 겨울의 이유이듯

만남과 이별도

우리의 이유로

이루어진다


당신이 행복해져야 하는 것

오늘의 내가

더 알차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 서로가

각각의 이유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잊히지 않는 그녀의 말


한때 그림을 그리며 시골에서 된장, 고추장을 만들며 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서른다섯 살쯤이었는데 진짜로 전통장류를 배울 수 있는 곳에서 배우고 있었다.

지푸라기의 균이 된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그걸 이용해 인진쑥이나 다른 것들을 이용해 새로운 유익균으로 된장을 만들 수 있음도 알게 되었었다.

추운 겨울 고향집 마당에 솥을 걸고 콩을 쒀서 된장도 담가보았는데 그해 된장이 정말 맛있었다고 엄마가 그러셨다.

그때 일이 있어 서울에 왔다가 시간이 남아 잠깐 카페에 들어갔는데

거기가 사주카페였다.

인사동이었는데 추워서 들어간 곳이었다.

직원분이 사주를 볼 거냐고 했는데 평소라면 아니라고 할 것을 그날따라 보고 싶었다.

십여분이 지나고 다리가 불편한 중년여성이 들어오셨다.

교통사고 이후로 장애를 갖게 되었는데 그때 사주를 보는 능력도 함께 왔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었다.

그냥 해프닝으로 생각했지만 마지막까지 잊지 말라는 그녀의 신신당부가 그녀의 말들을 잊지 못하게 했던 것도 있었다.


첫 번째 아이를 보낸 후 두 번째 아기가 들어섰을 때 나는 아무에게도 안 알리고 있었다.

첫 번째 임신에 너무 들떠서 자랑을 해댔기 때문에 상처도 더 깊었다.

그래서 두 번째는 아이가 잘 자라기만 기도할 뿐 가까운 사람 말고는 아이를 임신한 걸 알리지 않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두 번째 아기가 아들이란 이야기를 듣는 순간

추운 겨울날, 인사동에서 들었던 그녀의 말들이 순식간에 다 떠올랐다.

그녀는 내게 마흔 살에 결혼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공무원 같은 성격의 사업하는 신랑을 만난다고 했다.

아들을 둘 낳는데 원숭이 띠와 닭띠라고 했다.

시아버지는 안 계시고 시어머니만 계시는데 까탈스럽지 않고 대면대면한 성격이라

귀찮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다 맞았다.

그녀의 신신당부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카페를 나오는 순간까지 손을 맞잡았다.

내가 웃으며 다 맞으면 나중에 맛있는 밥을 산다고 했더니

그 말 기억해두겠다고 하셨다.

왜 그런 말을 했냐면 50대 이후의 삶에 대해 너무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옛날로 하면 만석꾼의 운명이라고 했다.

세상의 큰 별이 될 거라고 하면서 잘 풀어가 달라고 당부해 주셨다.

물론 그땐 반신반의했다.

혼자 살기 위해 된장도 배우고 작은 오피스텔을 구입해 최소 공사비를 들여

월세를 조금 받고 있었지만 만석꾼이라니..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아이들을 키우며 바쁘게 지낼 때는 잊고 있다가

돌연 올해 초 나도 모르게 '이제 내 운명대로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좋아.

재밌겠는데?

'재밌겠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스케줄표가 떠올랐다.

신나게 달려보자.

그렇게 2022년이 신나게 지나갔다.

이제 2023년, 또 다른 해가 시작되려고 한다.

물론 나는 내년에도 신나게 달릴 것이다.

그리고 모든 예언을 적중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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