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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29. 2022

오늘을 채워만드는 것

숲은 매일

커가고 있었다


작은 풀 한 포기도

허투루 하는 법 없이

매일 성장해가는 숲 속에


작은 걸음에

또 한 걸음을 보태

길을 만든다


어제  걸었던 길은

이미 지워졌다

내일 만들 수 있는

길 같은 것도 없다


숲엔 언제나

오늘의 길만

남는다



인류의 역사 중에 언제부터 놀이가 시작됐을까?

그중에 축구가 시작된 건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지만 유전자가 겨우 몇 세기만에 기록을 남기는  일이 있을까 싶다.


7살 첫째가 축구를 알게 된 건 이번 월드컵이 처음이다.

그 전엔 놀이터에서 하는 일이 숨바꼭질이거나 잡기놀이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월드컵 기간 동안 우리나라와 가나전을 보고 아르헨티나 경기를 본 후로 

아침저녁으로 축구 이야기만 한다. 

그 좋아하던 포켓몬도 가끔 축구에 질 때가 있다. 

나는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축구와는 담을 쌓고 있다. 

내 축구에 대한 관심은 이십여 년 전에 이미 끝났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멀기만 한 그 축구가 요즘 나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칼바람 속에서도 해가 진 어스름 저녁에도 우리 첫째는 달린다. 

저번 주 영하 20도의 날씨에도 첫째는 덥다며 외투를 벗고 운동장을 달렸다. 

덕분에 축구 영웅들의 엄마는 추위 속에 발을 동동거리며 몇 시에 아이들을 데려갈 것인지 

공모하는데 시간을 썼다. 

놀이터에서도 엄연히 룰이 있다. 

놀다가 한 명씩은 못 간다는 것. 

만약 한 명만 집에 간다면 가는 내내 혹은 집에 가서도 아이의 투정과 울음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엄마들은 오늘 몇 시에 다 같이 아이들을 데려갈 것인지 협의를 한다. 


오늘은 아이들이 많이 안 나와서 나와 첫째 둘째가 살얼음 낀 놀이터에서 축구를 했다. 

내 나이는 멀쩡한 길에도 도가니가 나갈 수 있다는 그런 나이다. 

친구들도 조심조심 걸으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늙은 어미는 아이들의 성화를 이겨낼 수 없다.  

뒤뚱거리더라도 일단 구색을 맞춰 달려줘야 한다. 

여기서 복병은 내가 의외로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시합에서도 나는 열심히 뛰었다. 

조금 뛰었는데도 더워졌다.

어제도 열심히 뛰어다니던 첫째는 오늘도 아주 사력을 다해 뛰고 있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매번 최선을 다해 운동장을 누비는 첫째는 자기 자신을 '송흥민'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집에서도 우리 집 '송흥민'이라고 불러준다.

머릿속에 이상을 그리고 매일매일 운동장을 쉼 없이 달리는 아이처럼 

그렇게 반복되는 일들에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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