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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30. 2022

당신의 왕관

당신의 왕관




굽이굽이 길 지나

허방길 건너

햇볕 드는

창 하나

남쪽으로 내고


큰 돌 돋아

지주석 괴고

작은 돌 모아

울타리 만들어


뒤뜰 장독대 곁에

봉선화 심고

앞뜰엔 조그만 텃밭 갈아

상추 심고

부추 심고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왕관

따뜻한 집 지으리라




신랑이 오늘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하루종일 함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어린이집을 데려다주는 걸 너무 좋아합니다. 

소풍 가듯 아침부터 아빠와 신나게 어린이집으로 가더라고요. 

아이들이 떠난 후 신랑은 서재방에서 일을 하고, 저는 거실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성실의 아이콘인 신랑은 출근한 것처럼 한번 앉으면 일어나 

화장실도 나오는 법도 없이 일을 했고 

저 역시 거실에서 그림만 그렸더니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었더라고요. 

함께 손잡고 근처 송리단길 맛집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저는 마트에 갔다가 다이소까지 다녀왔습니다. 

별것 없는 하루인데 함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결혼 전까지는 혼자서 서점도 갔다가 훌쩍 여행도 떠났기 때문에 

외롭다고 생각했던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니 외로울 틈이 없게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정을 꾸리고 함께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혼자일 때의 바쁨이 

외로움의 절정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바쁘지만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밤에 자다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울 때 어깨까지 이불을 덮어 꼭 안아주는 사람도 있고 

쎄근쎄근 숨소리만으로도 가슴 깊이 행복을 차오르게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바로 가정을 이룬 것입니다.

서로를 보듬고 잘 수 있고 아침이면 함께 식사를 하고 나른한 오후에 간식을 함께 나누어먹을 수 있는 포근한 집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아크릴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꽃술은 큐빅을 붙여서 해봤는데 햇볕을 받으면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신랑도 잠깐 휴식 시간에 거실에 나와서 보더니 너무 이쁘다며 칭찬해 줍니다. 

어떨 땐 숙제 같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하루를 알차게 만들어주는 그림 그리기는 

어느새 제 인생에서 또 하나의 왕관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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