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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31. 2022

영광

영광

어제의 수많은 생각들은

오늘의 한 걸음만

못하다


불가능할 것 같은

모든 것들은

수 만 가지의 상념에

불과하리니


그대가 견디는

한 줄기 바람이

기어코 비를 몰고 오고

대지를 적신 후

잠들어 있는 모든 만물을

소생케 하리라



스무 살의 나는 작은 수첩을 매일 들고 다녔었습니다.

거기엔 제가 좋아하는 시와 격언들이 적혀있었죠.

그중에 한 구절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지금까지도 혼자서 되뇌는 말입니다.


"두렵지 않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릴 때의 나는 내가 어떤 일을 못 하게 되는 것이 주위의 환경이나 부족한 나 자신이 아직 채워야 할 게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구절을 보는 순간 알게 되었죠. 

나는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 상황들 뒤로 숨었던 거였습니다. 

미대를 가지 못한 건 표면적으로는 아빠가 적금을 다 써버려서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그림으로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 두려웠던 거였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일로서 하는 일이 되고 그게 어쩔 수 없는 

직업이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두려움을 가려줄 좋은 핑계로 '돈이 없어서'라는 상황 뒤로 

나를 속이고 다른 사람을 속였었던 거였죠.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고 다시 재시험을 치지 않은 이유도 내가 다른 사람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였습니다. 

드라마작가도 수만 번 고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껏 포기했던 모든 것들은 도달하려는 목표가 1등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만의 것에 집중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도 나다운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있죠. 

세상의 모든 것들 중에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래도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나 자신으로서의 그림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두려움이란 것은 한 걸음 걷다 보면 실체가 없어지는 감정일 뿐이죠. 

어제의 수많은 생각들은 어제의 보따리 안에 추억으로 저장해 두고

오늘을 사는 우리가 돼 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매번 다시 태어나는 오늘의 나로

그렇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한 해 동안 감사한 인연으로 다가와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2023년도 건강하고 즐거운 날들로

하루하루 더 새롭고 행복한 날들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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