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잠깐 동백 숲을 걸어보고 싶고 눈을 모자처럼 쓴 붉은 여인의 감촉을 느껴보고 싶었지요.
물론 못 가겠지만 가까운 꽃집에서라도 동백을 만져보고 싶어 졌습니다.
오늘은 결혼 안 한 남동생이 집에 놀러 온다고 해서 아침부터 도라지무침, 시금치나물, 오이무침, 뼈해장국을 준비하고 점심엔 가락시장에서 동생이 좋아하는 회도 떠왔습니다.
신랑과 남동생은 가볍게 맥주 몇 캔을 마시며 그간의 이야기를 하고 저는 저대로 동생에게 궁금한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결혼을 안 한 동생은 나이가 있어도 항상 물가의 어린애처럼 걱정이 됩니다. 매번 만나면 어릴 적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도 아직도 서로가 다른 기억을 간직한 것들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겨울밤은 길어서 함께 묵은 이야기를 하기 좋은 것 같아요.
붉은 동백꽃 한 송이 탁자에 놓으면 주위가 환해져서 늦게까지 이야기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