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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an 10. 2023

그대, 봄

그대, 봄

거기

얼어붙은 비어 있는 땅

그곳에

그대 봄이 있다


무수한 씨앗이

작은 그대 숨결을 향해

촉수를 맞추고

한 줄 햇살의 길이에도

목을 빼고

기다림의 시간을 채워간다


그렇게

얼어붙은 대지를

쩍쩍 가르고

봄은 태어난다



조금만 따뜻해도 봄이 오는 것 같은 설렘을 느끼는 날입니다.

예년에 비해 추위로 고생하지도 않았는데도 등 뒤로 내려앉는 따스함이 좋아 

괜스레 아직 비어있는 나뭇가지들을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오늘은 서희갤러리에 가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츠아크 문종훈 대표님과도 우연히 인사하게 돼서 기뻤던 날입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핸드폰 케이스 굿즈 만드는 업체와 전화통화하고 

nft전시와 갤러리전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BB아트 대표님과 통화하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판사대표님과 시화집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모두 전화로 인사드렸기 때문에 바쁠 일은 없었지만 그전에 생각들을 정리해야 해서 전화통화가 끝난 후엔 무릎에 힘이 조금 풀렸습니다. 

긴장을 안 한다고 생각했지만 저도 모르게 긴장을 했었나 보더라고요. 


싹을 틔우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모든 일들은 그것이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때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농부가 봄을 준비할 때는 아직 땅이 풀리지 않을 때부터 거름을 뿌려두고 땅을 한번 뒤엎는 작업을 합니다. 씨앗을 뿌릴 땅을 기름지게 하고 뒤집어엎어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아직 약한 씨앗들이 자신의 영역을 정해 하늘을 향해 힘차게 싹을 틔울 수 있으니까요. 

아직 겨울이지만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경험해보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감사합니다. 

따스한 봄 햇살이 가지 끝에 다다르면 분명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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