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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an 11. 2023

그 잔을 내가 마시리니

그 잔을 내가 마시리니

파란 하늘가에

물 한 바가지 담아놓고

구름이 걸릴까 하여

시간을 지킨다


결국

마음에 담은 잔을

내가 마시리니



악몽을 꾸는 너에게


어렸을 때 엄마는 항상 자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유복자에 가난한 집 셋째 딸.

흥 많고 정 많은 홀어머니 밑에서 조용하고 맑게 자라신 어머니. 남편이 때려도 항상 아빠가 숟가락을 들기 전엔 식사를 하지 못하게 하셨고 학교지각은 하더라도 

잠은 푹 자게 하고 밥은 꼭 먹어야만 등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엄마는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지혜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작은 것들을 돌봐라 라는 말들을 

짧은 우화와 함께 이야기해 주셨는데 

지금까지도 그 말씀이 가끔씩 떠오릅니다.


어제 두 똥그리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오른쪽 팔에 한 놈, 왼쪽 팔에 또 한 놈을 끼고 

불을 끄고 누웠습니다.

어둠 속에서 둘째가 묻습니다.

"엄마, 나쁜 꿈을 꾸면 어떻게 해?"

" 음... 엄마가 생각할 때 꿈은 바람 같은 거야.

바람이 불면 머리도 휘날리고 춥기도 하지만 지나가면 없었던 그대로 

머리도 그대로고 춥지도 않잖아.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담지 않으면 다 지나가는 거야."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참 지혜로운 사람이란 걸 느낀다.


첫째, 그녀는 침묵할 줄 알았던 사람이다

하고 싶은 말들은 새벽 기도 속에 모두 묻어두셨다.


둘째, 많이 안 배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주입해 놓은 정의가 아니라 자기 정의가 있으셨다.


셋째,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셨다.

비가  온다는 걸 온갖 수치를 보고 집계를 읽어내 다시 산술로 프로테이지를 내야만 우산을 준비하는 사람과 바람의 냄새로 밭에 씨앗을 심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지혜로운가.


오늘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밤낮없이 사람은 왜 사느냐고 머리를 쥐어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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