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함께 살던 한의사 친구가 처음 한의원을 개원할 때였다. 그때 내가 생각하던 돈의 단위는 천만 원대가 전부였다. 25년 전쯤이니까 천만 원 대도 큰돈이었다. 그때 친구는 부모님 도움 없이 개원을 준비하느라 억대대출을 받았었다. 당사자보다 곁에 있던 내가 손이 더 떨렸었다. 오히려 친구는 너무나 평온한 얼굴이어서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말하길"진인사대천명이야. 난 이 말을 좋아해. 난 내 최선을 다하면 돼. 이루고 안 이루고는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고."
이십 대 중반에 나는 내 인생에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그 최선이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친구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한 대로 모두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몸에 쌓여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월에 여러 가지 제안들이 왔다.
그중에 하나가 인터넷에서 그림과 굿즈상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거기서 내 작품을 가지고 굿즈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캔버스 액자나 다른 것은 안 만들기로 하고 핸드폰 케이스만 제작하기로 했다.
감사한 일이다. 내 그림으로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면 어떻까 생각하면서 어플을 깔아서 하나 제작해 봤다. 한 김에 티셔츠도 제작해 보고 입어봤다. 다음엔 좀 더 세밀하게 디자인을 첨부할 수 있는 곳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