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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an 19. 2023

따뜻한 외로움

따뜻한 외로움

들판에 앉아

이제는 쓸모없어진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모아

작은 모닥불을  피우면

긴 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사람의 마음에

찬 바람이 불고

시린 밤이 찾아오면

텅 비어버린 가슴에

지난 추억들

하나씩 둘씩 태워

모닥불을 지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오늘은

때때로 혼자일 수 있고

그때  

따스한  외로움과 함께

밤을 건너야 하기에.




사랑하는 수진선생님께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는 어린이집에서 생일잔치를 한다. 

생일인 친구를 위해 3천 원 상당의 선물을 준비해 가야 하는데 1월생인 첫째 똥그리는 몇 주 전부터 지난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드디어 자기도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백 명 정도의 원아가 있어서 코로나 기간에 자주 문을 닫았었다. 한 명만 나오면 전부 폐쇄조치가 돼서 거의 2~3년을 집에서 놀았고 그래서 생일잔치도 당연히 없다가 올해 어린이집 졸업 전에 처음 하는 것이었다. 

우리 똥그리 포함 5명이어서 여자애들은 비즈로 팔찌 만들기를 사고 

남자애는 미니 탁구 장난감을 샀다. 

수량을 잘못 계산해서 비즈 팔찌 만들기가 남았는데 어제 갑자기 

첫째 똥그리가 팔찌를 만들어 어린이집 선생님께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다는 이유였다. 

순간 감사한 마음과 안도와 고마움이 밀려왔다. 

재밌게 지낸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집중해서 팔찌를 만들고 자필 편지도 써서 복주머니에 넣어 드렸다. 


오십이 넘어 외롭고 쓸쓸할 때 나는 어린 시절에 들판으로 쏘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때 참 재밌었는데.. 하며 마음속에 온기가 돈다. 

성인이 되서 여행을 자주 다니고 좋은 곳도 다녀봤지만 힘들 때 행복한 기억으로 마음을 덥혀주는 것은 어릴 때 돌멩이 가지고 다콩 하고 나무 주워 자치기 하고 

무덤 위에 비닐포대로 썰매를 타던 기억이다. 

그땐 정말 눈 뜨면 놀았고 밥 먹고 놀았고 잠자기 전까지 놀았던 것 같다. 

그렇게 부엌에서 밥 냄새날 때까지 하루를 즐겼던 기억들이 

아직도 쓸쓸한 밤에 떠오를 때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며 그런 추억들을 많이 줄 수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특별한 육아 원칙은 없지만 나는 되도록 아이들을 야외에서 많이 놀린다. 

여행을 갈 때 집에 있는 장난감을 가져가지도 않는다. 

차 안에서나 집에서 유튜브를 보여주지 않는다. 

함께 자주 보드게임을 하고 아침 저녁으로 마사지와 함께 그림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은 심심하면 즐길거리를 자연스레 찾아낸다. 

그리고 그런 기억들이 나중에 추운 밤을 따스히 데워줄 불쏘시개가 된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수진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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