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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an 20. 2023

사소한 결심

사소한 결심


너의 눈을 조금 더 많이 바라보기로

결심한다

너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기로

마음먹는다

너에게 조금 더 웃음을 주기로

약속한다

잠 자기 전

따뜻이 안아주며

하루를 함께 해준 것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할 것을 마음먹는다


사소한 오늘을 

매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너에게

작고 소소한 결심 하나하나를 엮어

꽃으로 피워내고 싶다




들꽃들 속에서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엉겅퀴는 눈에 확 띈다. 

처음 엉겅퀴를 봤을 때 세 번 놀랐다. 

첫 번째는 가시 투성이 잎사귀에 놀랐고 다음엔 너무나 부드러운 꽃에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 안의 밀크씨슬이란 물질이 항암제로서도 효능이 좋고 

간기능을 향상하는 효과가 탁월하다고 해서 놀랐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이었다. 

어디 하나 귀한 자리에 피는 그런 꽃이 아니라 툭툭 던져진 길가 어디에서나 그 뿌리를 내리고 

가시를 세운채 연약하게 피어있는 꽃이 엉겅퀴다. 

가끔 그 꽃을 보면서 어떤 연약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서 혹은 지켜내기 위해서 

가시를 세우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꽃도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그리고 사람도 때때로 상처받기 무서워 무표정과 무심함들로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의 나는 조금 더 무심한 사람이다. 

뭔가를 알게 되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날 것 같고 누군가에게 손내밀면 안아줘야 할 것 같아 두려웠다. 

혼자 서 있기도 힘들었었던 시기에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날들이 지나고 나니 지난 시간 더 많이 웃어주지 못한 게 후회됐다. 

조금 더 들어주지 못했던 것들이 아쉽고 안타깝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사소한 결심들을 하곤 한다. 

신랑과 눈을 조금 더 맞추며 이야기하기. 

아이가 이야기할 때 집중하며 호응해 주기

잠들기 전에 꼭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 주기. 


작고 사소한 결심들이 더욱 아름답게 꽃 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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