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던 사스 바이러스로 여행업이 불황을 맞아 공항이 한가했던 시기에 반값 할인을 받으며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은 제 삶의 큰 반환점을 맞이하게 해 줬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10시까지 돌아다녔던 여행.
점심값이 아까워 친구와 햄버거 하나를 사서 반으로 나눠먹고 다니면서도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그 여행에서 두 가지를 결심했는데
하나는 영어를 좀 배우자.
버스에서 기차에서 만났던 여행객들과 얼마나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던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앞으로의 삶은 지금 여행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매일매일을, 그날이 마지막인 것처럼 즐기며 살자였습니다.
배낭여행 후 제 삶은 눈에 띄게 긍정적이 되었고 두려움에 물러서기보다는 두려워도 도전하자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끝까지 해보자, 맘껏 이 생을 사랑하자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었습니다.
그 여행에서 봤던 장면 장면은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카프리에서 봤던 부겐베리아는 종이 같은 질감에 화려한 색감도 눈에 띄었지만 살아있을 때도 박재된 것처럼 바스락 거렸고 질 때도 동백처럼 통으로 떨어져서는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푸른 바다 위를 수놓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