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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Feb 01. 2023

나는, 본다

나는,  본다



매번 너는

거기 그 자리에 있을 줄만 알았지


네가 없을 때

나는 어디서부터

너의 흔적을 찾아야 할까


일상의 건너편에서

네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다


그러다 우리가 만났던 좌표

익숙함이 사라진 자리에서

다시

낯선 너와 조우하게 된다



영상의 기온이라고 하던데 바람이 차가워 더욱 추웠던 느낌이 들었던 오늘. 

오후에 출근하는 30년 지기 친구를 만나러 인사동에 다녀왔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던 친구는 제가 어려울 때 자기도 힘든 상황에서 신용카드까지 주었었습니다. 자기보다 더 다른 사람을 챙겼던 사람이었기에 서른 살 빈털터리로 서울에 와서도 그 친구집에서 얹혀살았어요. 

월세방에 친구 동생과 저, 친구 엄마와 아빠까지 오래된 빌라 투룸에서 낑겨살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아무 생각도 없고 눈치도 정말 없었던 것 같아요. 

친구 어머니도 마음이 넉넉하신 분이라 불편하셨을 텐데도 항상 웃으며 이야기 들어주시고 그렇게 방 하나에는 친구 엄마, 친구, 그리고 제가 자고 작은 방에는 친구아빠와 남동생까지 함께 지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제가 병원 기숙사로 들어가고 다시 엄마, 아빠를 모시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정말 의지가 됐던 친구입니다. 


첫째 똥그리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선물을 사주고 싶다고 해서 오늘 인사동에서 만났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금액에 다시 돌려준다고 하니 그냥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도 지금도 항상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큰 친구입니다. 

오전 10시 30분에 만나서 커피 마시며 신나게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예쁜 귀걸이도 선물하고 오래간만에 아이들 없이 편하게 친구를 만나니 너무 좋았어요. 

 

함께 살 때도 항상 동생 돌보듯이 돌봐주던 친구라 어리광만 부렸는데 나이 오십에도 여전히 받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랑 헤어지고 인사동 한적한 카페에 앉아 오랜만에 망중한도 즐기고 전시도 관람하고 너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익숙한 동네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오래된 벗을 만나니 삶이 더욱 즐겁고 행복한 느낌입니다.  2월 첫날. 출발이 좋아서 나머지 날들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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