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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Feb 04. 2023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누군가의 말이

호수의 파문처럼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때가 있다


바람이 불면

가지가 이리저리 흔들릴지라도

나무는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을 세우고

가만히 기다림으로

파문을 잠자게 하고

바람을 지나가게 하는 것


그럴 수도 있다고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자세




밤마다 아이들을 재우며 책을 읽어주고 노래나 기도를 해주며 

좋은 꿈을 기원해 줍니다. 

요즘 우리 첫째 똥그리는 어린이집 졸업식에서 하는 공연을 

매일 우리 식구에게 보여줍니다. 

덕분에 둘째 똥그리도 백설공주 뮤지컬을 다 외웠고 영어 노래와 난타까지 

모두 흉내를 냅니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을 뮤지컬과 다른 공연들을 보여주더니 지난 목요일부터는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졸업식에 부를 예정인 것 같은데 음정도 박자도 가사도 아직은..... 

이게 애국가인지 애국가이고 싶은 정체불명의 노래인지 모르게 

목놓아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오늘은 책을 읽어주고 재우려고 양쪽에 아이를 눕혔는데 

갑자기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는 겁니다. 

자는 순간에 웬 애국가냐고 타박하고 싶었지만 배우려는 욕망이 강한 우리 첫째는 

기어코 부를걸 아니까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기 시작했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밤은 깊었고 어두운 방안에 침대에 나란히 누워 애국가를 부르려니 손을 쭉 뻗고 불러도 되나 살짝 불안도 하고 꿈에 독립운동하다 고문당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더라고요. 

한 번만 부르자 하는 걸 세 번, 네 번 부르니 짜증도 나고 결국은 자는 척 안 불렀더니 저도 모르게 잠들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자다가 오늘 글그림을 안 올린 걸 떠올리고 눈을 떠서 글을 올립니다. 


애국가의 효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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