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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Feb 03. 2023

봄이 온다지


타인에게 날 세우기보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지고 다져

날카롭게 다듬었지


여린 꽃잎 한 장

우아한 가지 끝에 걸어두고

벌이 오기 전에

나비가 오기 전에

꺾이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허허로운 손짓에

힘없이 생을 다하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불어오는 바람에도

향기를 더하고 더해


오늘을 아름답게 살았음을

그대에게 고하노라



울타리를 만들었던 탱자나무


어렸을 적 우리 동네는 돌담으로 집의 경계를 만들었거나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골목은 정겨웠고 까치발로 서면 어린 나도 그 집의 풍경을 다 넘겨볼 수 있었다. 

먹을 게 귀했던 시절, 동그랗고 노란 탱자를 먹어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선지 노란색 열매만 보면 으레 입가에 신맛이 돌면서 침이 고이곤 했었다. 

자연은 어느 것 하나 우아하지 않은 곡선이 없는 듯 탱자나무 가시가 있는 가지의 곡선도 참 아름다웠었다. 

하지만 시골을 떠나 오랫동안 유랑생활을 하던 나는 탱자나무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둘째가 아토피가 심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늙은 탱자를 끓인 물로 몸을 씻으면 좋다고 해서 경동시장에 가서 탱자를 사 와 한동안 목욕물을 만들어 아이를 씻겼었다.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탱자나무로 울타리 한 곳이 많아 쉽게 구했었는데 요즘은 시골에서도 탱자나무를 구경하기 어렵다. 

장미처럼 가시가 있지만 그 휘어짐과 날카로움이 더 아름다웠던 탱자. 

그리고 가시에 비해 한없이 여리게 피던 탱자꽃.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던 그 꽃이 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곧 봄이기 때문이다. 


스무 살의 봄은 지나간 봄

쉰 살의 봄은 내가 선택한 봄

그곳에 씨앗을 심고 매일 물을 주며 가꾸고 있다


스무 살의 봄은 지나갔지만 오십이 되면서 나는 비로소 나의 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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