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Feb 05. 2023

정갈한 마음


부엌 찬장에

밥그릇

국그릇

크고 작은 접시들처럼


내 마음속

기쁨과

슬픔

크고 작은 감사와 후회


있어야 할 것들을

그 자리에

쓰임새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정갈한 마음



오늘은 우리나라 민속 명절 중 정월대보름 날입니다.

어렸을 적 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이 가장 화려했었습니다.

농악대를 만들어 집집마다 들러 풍요를 기원해 줬고 지푸라기로 액맞이 인형을 만들어 길가에 버려두곤 했습니다. 밤에는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해 쥐불놀이를 하며 논두렁을 태웠습니다.

팔이 빠져라 불붙은 깡통을 돌리다 보면 멀리 있는 친구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오던 날들.

그렇게 어른들은 농악대를 구성하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빈 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뚫어 쥐불놀이를 준비하면서 설렜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날에는 엄마가 잠을 자면 머리가 하얗게 센다고 잠을 자지 말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풍속을 전혀 경험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오늘 송파구에서 대보름 잔치를 한다고 해서 아이들과 저녁에 석촌호수 민속마당으로 갔습니다.

경기민요 공연과 다리밟기 공연을 보고 소원나무에 불을 붙이고 태우는 달집 태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다리밟기 공연을 보고 부럼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소원은 둥글고 환한 달님에게 오면서 빌었지요.


혹시 정월 대보름 소원을 비셨나요?


마음에 떠도는 수많은 생각들은 떠돌이처럼 흩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조용히 기도를 하며 하나씩 부산한 마음에 이름을 붙여 그릇에 담아두면

기쁨도 슬픔도 하나의 감정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가운데 가장 아끼고 예쁜 그릇에 우리의 소망을 담아 매일 두고 두고 보며 잊어버리지 않는 것으로 소망을 이루는 날들을 채워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발 디딜 틈 없는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며 오늘을 마무리해봅니다.

송파구 민속마당 다리밟기 공연
작가의 이전글 그럴 수도 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