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이루고 가장 좋은 점은 악몽을 꾼 후 누군가의 품으로 숨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자취할 때는 항상 경계태세를 갖추고 잠을 들었는데 아이들과 옆지기가 있으니 몸은 피곤해도 마음의 경계는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악몽은 하루종일 못 잔 것처럼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꿈인 줄 알면서도 전전긍긍 대며 하루종일 떨쳐버리려고 애쓰는데도 밤새 잠을 설쳐서인지 머리가 너무 무겁습니다. 머리가 멍한 상태인데 왜 속도 궁한 상태가 되는 걸까요?
빈 속에 밥도 넣어보고 커피도 넣어보고 별일 없이 걸어봐도 텅 비어 바람만 스산하게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이럴 때 좋은 건 비어있는 그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일까요?
때때로 시간도 바닥이 뚫린 그릇처럼 어떤 것도 담지 못하고 쏟아져내리는 때가 있나 봅니다.
그럴 땐 아무리 애써도 채울 수 없으니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게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