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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Feb 07. 2023

오렌지가 익어가는 시간

오렌지가 익어가는 시간


몇 번의 울음

그리고 또, 흔들림

불현듯 만나게 되는

낯선 시간들


단단히 껍질을 채우고

시디 신 시샘과

달콤했던 위로

상큼했던 첫 만남도

모두 그대로 저장해 두고


영글어야지


무거운 어깨 한 짐이

현실의 고됨이 아니라

내일의 영광을 받쳐주는

지지대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속을 채우며

익어가야지



어제는 어깨가 너무 아프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습니다.

밤에 아이들 책을 읽어주고 나서 끙끙 앓았더니 신랑이 종아리며 

어깨를 마사지해 주더군요.

덕분에 간밤에 푹 자고 나니 어제 올라서 있던 어깨의 곰 한 마리가 어른에서 

아이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밥 먹여 어린이집을 등교시키고 나니 다시 곰이 청소년이 돼서 어깨를 짓누르더군요. 순간 지금 무슨 영화를 보자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고 하루 한 장 그림을 하는 게 체력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여기서 포기하지 못하는 건 지금껏 걸어온 걸음이 아까워서도 있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알차게 엮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무거운 몸으로 누워있으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그렇게 침대 속으로 파고들어 가다 보면 정말 그림을 못 그릴까 싶어 막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 또 좋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니 이것도 운명인가 봅니다.

그리고 집중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물론 어깨도 아프고 체력도 필요하지만 지금 그리고 있기 때문에 꿈도 꿀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감사히 오늘도 시간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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