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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Feb 08. 2023

창조된 봄

창조된 봄

모든 봄은

매번

창조된다


때론 완벽한

노랑으로

깊은 보라로

재잘거리는 햇살조각들로

봄은 새로움을 더해

순간순간 태어나


완벽한 신세계를

펼쳐놓고서

새를 노래하게 한다

바람이 춤추게 한다


세상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얼마 전 잠을 자러 들어가려다 신랑이 보고 있는 다큐멘터리를 잠깐 함께 봤다.

거기에는 동물들의 사랑, 특히 자손을 퍼트리려는 수컷들의 애달픈 노력들이 처절하게 그려져 있었다.

암컷들이 보호색을 통해 자연에 숨을 동안에도 수컷들은 온갖 화려한 모습으로 돋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말하자면 목숨 걸고 자손을 퍼트리려는 눈물겨운 본능의 몸짓을 수행한다. 

때론 깃털로 또는 춤으로 그것도 안되면 깨끗한 둥지로 자신을 어필하는 수컷들의 행위가 참 힘겨워보였다.

우리 집엔 나 말고 수컷만 셋인데 큰 아이는 열심히 돈을 벌어 작은 수컷 둘과 그림 그리는 암컷 하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문제는 내 안에서 나온 작은 수컷들이 티브이에 나오는 수컷들만큼이나 번식을 위해 애써서 갖춰야 하는 게 많을까 봐 보는 내내 '안쓰럽네, 애쓰네'를 연발하며 봤다.


유한한 삶은 가진 모든 객체는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중에 어느 나라의 두꺼비는 자신의 등에 마치 자궁처럼 알을 하나하나 박아 알에서 올챙이로 부화를 시킨다. 투명한 막에 싸서 어느 산기슭이나 논두렁에 두지 않고 더 많은 두꺼비로 자랄 수 있도록 자신의 살을 찢어 부화를 시켜 내보내는 것이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기에 이렇게 기를 쓰고 애쓰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러기에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 누군가가 온다는 것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시인의 말이 피부로 와닿기도 한다. 모든 것들은 다시 창조되고 그 창조된 것들은 모두 유일 무이한 존재다. 세상에 나온 모든 것들은 이렇게 힘껏 오늘을 살아간다. 

담벼락에 기댄 담쟁이도 보도블록 사이의 작은 민들레도 태어나는 순간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 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연을 보고 배우고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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