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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Feb 12. 2023

다 함께 춤을 추어요

다 함께 춤을 추어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내리면 

흠뻑 젖어서

다 함께 춤을 추어요


밤에는 짙은 우수가 깃든

재즈 선율에 맞춰서

한낮에는 몸이 저절로 

둠칫둠칫 움직이는

펑키음악으로


다 함께 춤을 추어요


우울한 날은 커튼을 걷고

바람이 들이치는 곳에서

기쁜 날은 하늘 높이 올라

그렇게 춤을 추어요


누군가와 선율을 맞추기도 하고

음악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혼잣말처럼

두서없는 춤을 추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다 함께 춤을 추어요



가끔 우리 둘째가 노는 모습을 스토킹처럼 몰래 보고 있을 때가 있다. 

둘째 똥그리는 혼자서 역할극도 했다가 노래도 했다가 갑자기 모험을 하고 혼자서 위로하거나 겁을 주면서 놀 때가 있다. 일인 다역을 하며 뭘 그리 할 말이 많은지 포켓몬의 지우가 됐다가 리자몽이 됐다가 좋아하는 그림책의 주인공이 갑자기 튀어나와 함께 놀기도 한다. 

오늘은 핸드폰에 깔아놓은 피아노앱을 켜놓고 혼자서 뚱땅뚱땅 눌러보며 노래를 지어 부른다.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씨익 웃으며 놀이를 그만두기 때문에 조심히 안 들키고 봐야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계속 볼 수가 있다. 정말 숨 막히는 광경이다.^^


둘째의 모습을 보면 혼자서도 저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볕 좋은 마당에 나뭇가지로 흙을 파면서도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이야기를 만들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별거 없이도 내 안의 이야기들을 꺼내 지렁이와도 모험을 하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그림자에도 시간여행을 했던 것 같다. 

생은 때로 많은 사람들이 엮어가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느끼는 느낌으로 채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타인이 주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마음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기도 하고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로 여겨지기도 한다. 

둘째의 이야기 속 세상처럼 내 안의 세상에서 나도 혼자서 맘껏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노래도 부르고 때론 족보 없는 춤사위로 무아지경에 빠져보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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