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난다는 것은 순환이 안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말초로 갈수록 열 병목현상처럼 손발이 차가워진다.
머리는 뜨겁고 발은 차가우니 열이 정체되기 시작한다.
어젯밤, 열이 나는 첫째 똥그리에게 계란물을 마시게 하고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었다. 수시로 해주기 때문에 나는 잠을 거의 못 잤다. 그러다 새벽 3시쯤 열이 안 떨어져서 해열제를 한번 먹이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며 온몸이 아프다.
신혼 초에는 약을 먹이면 되는 걸 사서 고생한다며 신랑이 화를 냈었다.
그런데 나는 나만의 법칙을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의 면역력은 약으로는 채울 수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아이의 열이 많이 떨어져서 잠깐 대모산에 가서 산책도 하고 왔다.
처음 만났을 때 신랑은 잔기침이 아주 심했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1분에 한 번씩 잔기침을 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폐가 안 좋아서 입원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서 신혼 초에는 도라지와 생강, 대추를 넣고 슬로 쿡으로 7시간 이상을 우려서 물을 만들었었다. 도라지는 항상 피도라지를 사서 했다. 조금 귀찮지만 껍질이 까진 도라지는 약품을 넣어서 까기 쉽게 만들기 때문에 피했었다. 일이 많았지만 잔기침을 평생 하며 살게 하고 싶진 않았다. 겨울엔 겨우살이를 사서 감초와 함께 약을 다리듯 다려서 먹였다. 효과가 있었던지 지금은 잔기침을 전혀 하지 않는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한 가지 생각으로 엮어지는 것 같다.
나를 어떻게 속이느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하는 것들, 알고 있는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며 사는 것이 가장 힘들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살아가는 모든 방식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는 말이 있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살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기본 방식을 어떻게 하면 합리화하며 안 할 수 있을까에 능력치가 맞춰지고 그걸 나 스스로는 알고 있다는 것이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