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Feb 19. 2023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일은

자신을 속이는 일임을



나밖에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 있을 때

잠 못 들고 괴롭다는 것을

그래서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해

갇히게 됨을


살다 보면 알게 된다



(계속 파일전송이 안돼서 사진으로 찍으니 그림이 빛 번짐이나 색상표현이 어그러지네요ㅜㅠ)


우리 똥그리들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약을 먹는다.

나는 아프기 전에 안 아프게 관리하자가 모토다.

그러려면 잘 먹어야 하고, 잘 자야 하고, 잘 싸야 한다.

사람들은 아프다고 하면 항상 증상에 집중한다.

증상은 표상이지 원인이 될 수 없다.


어쨌든 나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기 위해 식사 때마다 새로운 국과 반찬을 한다.

자기 전에는 책을 읽어주고 화내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매일 말해준다.

또, 실컷 운동장을 뛰어놀게 하거나 함께 걷는다.

그러다가 아프게 되면 약을 찾기 전에 엄마가 해주신 방법을 먼저 해본다.

엄마는 아프면 항상 계란물을 해주셨다. 뜨거운 물에 계란을 넣고 젓가락으로 마구 휘저으면

계란이 실처럼 풀어진다. 그 물에 꿀을 진하게 타서 되도록 뜨거울 때 마시게 한다.

그러면 땀이 나면서 몸이 조금 따뜻해지는 느낌이 난다.

열이 난다는 것은 순환이 안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말초로 갈수록 열 병목현상처럼 손발이 차가워진다.

머리는 뜨겁고 발은 차가우니 열이 정체되기 시작한다.

어젯밤, 열이 나는 첫째 똥그리에게 계란물을 마시게 하고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었다. 수시로 해주기 때문에 나는 잠을 거의 못 잤다. 그러다 새벽 3시쯤 열이 안 떨어져서 해열제를 한번 먹이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며 온몸이 아프다.

신혼 초에는 약을 먹이면 되는 걸 사서 고생한다며 신랑이 화를 냈었다.

그런데 나는 나만의 법칙을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의 면역력은 약으로는 채울 수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아이의 열이 많이 떨어져서 잠깐 대모산에 가서 산책도 하고 왔다.


처음 만났을 때 신랑은 잔기침이 아주 심했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1분에 한 번씩 잔기침을 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폐가 안 좋아서 입원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서 신혼 초에는 도라지와 생강, 대추를 넣고 슬로 쿡으로 7시간 이상을 우려서 물을 만들었었다. 도라지는 항상 피도라지를 사서 했다. 조금 귀찮지만 껍질이 까진 도라지는 약품을 넣어서 까기 쉽게 만들기 때문에 피했었다. 일이 많았지만 잔기침을 평생 하며 살게 하고 싶진 않았다. 겨울엔 겨우살이를 사서 감초와 함께 약을 다리듯 다려서 먹였다. 효과가 있었던지 지금은 잔기침을 전혀 하지 않는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한 가지 생각으로 엮어지는 것 같다.

나를 어떻게 속이느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하는 것들, 알고 있는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며 사는 것이 가장 힘들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살아가는 모든 방식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는 말이 있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살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기본 방식을 어떻게 하면 합리화하며 안 할 수 있을까에 능력치가 맞춰지고 그걸 나 스스로는 알고 있다는 것이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둘째의 포켓몬 그림


오늘 내게 가장 괴로웠던 건 우리 둘째가 그려온 포켓몬 그림이었다.

엄청 잘 그렸다고 칭찬해 줬더니 이 중에서 리자몽을 찾아보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잘 그렸다는 말?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하지 못한 것?

나는 일일이 그림에 의미를 부여하며 둘째의 표정을 곁눈질하며 관찰했다.

여기 어디 리자몽 비스끄레무한 것이 있는 것일까?

한참을 여러 미사여구와 힌트가 될만한 것을 말하며 눈치껏 리자몽을 찾고 있는데

우리 둘째 왈.

"엄마, 여기에 리자몽은 안 그렸어."




작가의 이전글 들판에 난 꽃을 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